가을무렵 출근길에 보이는 은행나무길이 참으로 좋았다
노랗게 트인 길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사진 속 한 장면이 된 것만 같았다
이제 바싹 마른 잎들이 떨어지고 그 길은 온통 가시나무들이다
부끄러운 사람들을 가려주었던 나무들이 앙상해져 제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
이파리들이 사라지고 어쩐지 오롯이 내 가지들이 드러난 것만 같아,
한없이 위축되고 당황스러워만 한다.
그렇지만 동시에 나에게 남겨졌던 부끄러운 마음들도 조금은 떨쳐졌을 무렵,
여린 가지위로 눈이 소복히 쌓인다.
봄이 왔을 때 벚나무는 볼 수 없을 지라도
새로운 따뜻함을 맞이하길 바라며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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